최적화 난방

예전에 이런 글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micro heaters cut 87% off my electric heat bill

이 글의 기본적인 이념은 열 거품(heat bubble)이라는 용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실내 난방은 보일러든 방열기든 기본적으로 방 전체를 덥히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방 전체에 열이 공급된 모습.

그런데 방 전체를 덥히는 데에는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대체로 그럴 필요가 없죠. 책상, 의자, 침대, 옷장, 방 안의 수많은 집기들, 벽 등은 난방을 전혀 요하지 않습니다. 춥다고 동상 걸리는 거울이나 얼어서 능률이 떨어지는 서랍 같은 건 없습니다. 난방이 필요한 것은 인간뿐입니다. 따라서

인간을 열 거품으로 감싼 모습.

인간을 “열 거품”으로 감싸고 그 안쪽만 덥힌다면 극히 적은 에너지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넘치도록 달성하며 에너지 효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필요한 부위에만 열 거품을 형성한 모습.

이 열 거품이 인간에게 밀착될수록, 그리고 열이 필요한 부위에 집중될수록 효율이 좋겠죠.

특히 컴퓨터의 도래로 사무직 노동자들은 하나의 고정된 단말기 앞에서 머무르게 되었는데,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지출을 절약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할 여지가 매우 큽니다.

전기

실내를 덥히는 일반적인 방식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밖에 한국에는 아직 연탄 난방을 쓰는 가구가 존재하지만, 제가 아는 바가 없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따져 보면 난방은 대형화할수록 효율이 좋아진다는 원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내를 덥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지역난방입니다. 물의 가열은 원래 작은 솥 여러 개에 불을 때는 것보다 큰 솥 하나에 큰 불을 때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지난 세기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난방은 한 곳에서 데운 물을 지역 전체에 순환시키므로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큰 난방 효과를 달성합니다. 지역난방 회사들은 난방수를 데우기 위해 같은 지역의 발전소나 쓰레기 소각장 등과 폐열 활용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더더욱 에너지 효율이 좋고, 그래서 실질적으로 난방비 고지서가 가장 저렴하게 찍히는 것도 지역난방입니다.

반면 전기 난방의 에너지 효율은 최악입니다. 밀집 난방의 이점을 전혀 누릴 수 없고, 대부분 물이 아니라 공기를 가열하는 방식이어서 난방 효과를 유지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화력 발전 따위의 다른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미 큰 손실이 일어나고, 그렇게 얻은 전기를 다시 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또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최적화를 기질적으로 좋아하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열 거품은 이런 상식을 깨뜨립니다. 가정용 가스·등유 난로처럼 1차 연료를 사용한 난방 기구는 연소 기관이 필요하므로 소형화에 한계가 있는 데다가 산소를 소모하므로 지속적인 환기가 필요합니다. 열 거품 전략에 채택하기 어렵죠. 결정적으로 이런 장치는 작은 솥일수록 더 비효율적이라는 간단한 원리로 인해 소형화할수록 에너지 효율이 떨어집니다. 차라리 연료를 화력발전소로 보내고 거기서 생산된 전기로 열 거품을 만드는 것이 효율상으로 낫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부위에만 열을 제공해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최적화 난방은 “전기 에너지로 난방하는데 더 고효율”이라는 역설을 낳게 됩니다.

W(와트)는 전력, 즉 전류가 단위 시간에 하는 일의 단위입니다. 전력은 전압과 전류의 곱입니다. 일반적인 소형 전기 스토브는 600W 이내의 범위에서 발열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최적화 난방의 목표는 이것을 100W 이하까지 떨어뜨리면서도 사람이 충분히 따뜻함을 느끼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일반적인 가정용 난방으로 따뜻함을 느낄 정도로 실내를 덥히려면 월 10만원 이상의 가스료가 발생합니다. 집이 아무리 좁아도 3만원 이상은 지출하게 됩니다. 100W 전기 난방을 사용하면 전기료가 얼마나 들까요?

이미 사용 중인 전력으로 인해 누진요율구간이 상승하면 요금은 더 늘어나겠지만 대체로 이 정도입니다. 실내 전체를 덥히는 것과 열 거품의 차이가 이렇게 큽니다.

부위별 전략

몸통

몸 주변에 열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간단합니다. 질소는 탁월한 단열재입니다. 따라서 공기를 많이 붙잡아놓을 수 있는 공기층을 가진 옷, 즉 누비옷이 좋습니다. 방상내피로 줄여 부르는 군용 방한복 상의 내피는 이런 원리를 적절하게 활용한 모범 사례로서 한국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깔깔이”로 검색하면 온갖 종류의 민간 레플리카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깔깔이 하면 대개 누런 빛깔과 후줄근한 모양새를 떠올리지만,

깔깔이로 모자라다면 내복을 입고 깔깔이를 입습니다. 그래도 모자란다면 오리털 패딩 점퍼를 입습니다. 역시 본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문제입니다만 제가 추천하는 것은 외투라기보다는 기동형 침낭처럼 보이는 거대한 오리털 패딩 점퍼입니다. 아무튼 그것들을 껴입고 걸어다니는 공기 덩어리가 됩니다. 그것이 겨울철의 올바른 실내 옷차림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손발입니다. 신체의 말단에 있어서 차가워지기 쉬운 데다가 무작정 감쌀 수도 없고 감싸도 시립니다.

제가 처음 시도한 것은 적외선 열전등이었습니다.

써본 결과

결론적으로 추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발을 덥히는 데에 가장 추천할 만한 해결책은 이런 것입니다.

USB 2.0을 기준으로 전압이 5V, 전류가 0.5A입니다. 즉 이런 물건들의 소비전력은 2.5W를 넘지 못합니다. 이런 저에너지로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발을 덥혀줍니다. 아주 추운 날이 아니면 USB 연결은 잠깐만 해도 충분히 효과가 지속됩니다.

저런 걸 신었다가 발에 땀이 차고 악취가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는 분들이 계신데, 덥다 싶으면 벗으면 됩니다. (?) 그래도 걱정되신다면 양말 안에 탄산수소나트륨을 뿌리고 양말을 신고 발열 신발을 신으면 적절히 해결됩니다. 발에 번식하는 세균군은 정해져 있는데 탄산수소나트륨은 이 세균군에 매우 적대적인 알칼리성 환경을 만들어 세균 번식을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탄산수소나트륨은 아무 수퍼마켓·마트·할인매장 등등에서 “베이킹 소다”를 달라고 하면 줍니다. 요즘은 세제 대용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통을 1년 이상 뿌리고 뿌려도 다 쓸 수 없습니다.

찾아보시면 모든 것은 귀여워야 한다는 신념에 부합하는 물건도 있습니다.

인 적외선 열전등을 한국에서 구해보려고 했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그냥 제 정보력 부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어쨌든 결국 Paul Wheaton의 원래 글에 나오는 적외선 열전등을 사려고 했는데, 한국으로 배송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아마존에서

를 찾아서 25W 모델과 50W 모델 각각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물건 값은 저렴하지만 배송비가 물건값의 열 배 정도 드는 게 문제인데, 공구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거라는 점을 참고하시길. 송장에 적힌 바로는 선전에서 한국으로 배송되고, 페덱스이며, 4일 정도 걸립니다.

이것을 데스크 스탠드(배송료 합쳐 17,300원 들었습니다)에 꽂아서 쓰고 있는데, 훌륭합니다. 스탠드의 각도 조절이 아주 완벽하게 자유자재로 되지는 않고 예열 시간도 좀 필요하지만 어쨌든 25W 열전등으로도 키보드와 손 언저리를 덥힌다는 목적은 초과달성합니다.

전기요를 씁니다. (주)영광하이테크에서 만든 한일 좋은자리 안심 전기요를 사서 쓰고 있습니다. 무수한 전기요 제품이 “한일”이라는 이름을 상품명에 넣고 있는데, 상표법 위반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원래는 또다른 한일 전기요(…)를 샀는데 개봉하자마자 초기불량이 터져서 반품하고 다른 회사 제품으로 다시 샀습니다…

전기요의 넓이를 줄일수록 소비전력이 내려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싱글 베드에 맞는 소형 전기요는 소비전력이 75W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온도 조절 다이얼에는 최저온에서 최고온까지 9단계가 표시되어 있는데, 두꺼운 옷을 껴입고 살다 보니 1단계조차 너무 더워서 0.5단계에 맞추고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10W 이하를 사용할 것으로 짐작하는데, 10W를 한 달 내내 켜놓아도 사용량요금은 500원이 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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